1인당 매출로 회사를 줄 세우면 안 되는 이유
회사를 견줄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숫자가 1인당 매출이다. 매출을 인원으로 나누기만 하면 되니까 쉽고, "이 회사 사람들은 한 명이 얼마를 버는가" 처럼 들리니까 그럴듯하다.
매출과 인원을 둘 다 원문에서 확인한 비상장 회사 433곳으로 실제로 계산해 봤다. 가운데 값은 2.4억이다. 회사 하나를 골라 이 값보다 위인지 아래인지 보는 것까지는 할 수 있다.
문제는 그다음이다.
상위권이 이상하다
| 1인당 매출 | 회사 | 인원 | 매출 |
|---|---|---|---|
| 160억 | 팀프레시 | 21명 | 3,365억 |
| 59억 | 블랭크 | 7명 | 411억 |
| 48억 | 만나코퍼레이션(만나플러스) | 90명 | 4,283억 |
| 38억 |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(센골드) | 21명 | 808억 |
| 34억 | 핸드허그 | 5명 | 171억 |
| 34억 | 구다이글로벌(조선미녀) | 136명 | 4,565억 |
맨 위 회사는 21명이 3,365억을 냈다. 1인당 160억. 이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68배 더 일을 잘하는 것일까.
아니다. 매출로 잡히는 것이 다르다. 물건을 떼다 파는 회사는 판 값 전체가 매출이 되고, 남는 것은 그 얇은 차이뿐이다. 대행·중개·유통은 다루는 돈이 클수록 매출이 커지지만, 그 돈이 회사의 것은 아니다.
반대로 소프트웨어 회사는 받은 돈이 거의 그대로 매출이다. 액수는 작아 보여도 남는 비율이 다르다.
축을 갈라 보면 그대로 보인다
같은 값을 우리가 나눠 둔 축별로 가운데 값만 뽑으면 이렇게 된다.
| 1인당 매출 | 축 | 회사 수 |
|---|---|---|
| 5.8억 | 소비재 | 24 |
| 4.4억 | 배달·물류 | 25 |
| 3.9억 | 커머스 | 64 |
| 3.5억 | 콘텐츠·미디어 | 44 |
| 3.0억 | 생활서비스 | 68 |
| 2.9억 | 핀테크 | 43 |
| 2.6억 | 부동산 | 20 |
| 2.4억 | 게임 | 23 |
| 2.2억 | 교육 | 32 |
| 2.2억 | HR | 14 |
| 2.1억 | 협업툴 | 14 |
| 2.0억 | 모빌리티 | 30 |
| 1.7억 | B2B SaaS | 102 |
| 1.3억 | 헬스케어 | 26 |
| 1.3억 | AI·인프라 | 73 |
맨 위와 맨 아래가 4.6배 차이다. 그리고 그 순서는 "어느 산업이 유능한가"가 아니라 "매출이 어떻게 잡히는가"의 순서다. 위쪽은 물건과 거래를 다루고, 아래쪽은 코드를 판다.
같은 잣대로 소비재 회사와 AI·인프라 회사를 나란히 놓는 순간, 그 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표가 된다.
규모가 커진다고 오르지도 않는다
한 가지 더. 사람이 늘면 1인당 매출이 떨어질 것 같지만, 이 표에서는 그렇지도 않다.
- 100명 이상 184곳의 가운데 값: 2.8억
- 30명 미만 70곳의 가운데 값: 2.5억
거의 같다. 규모는 이 숫자를 설명하지 못한다. 설명하는 것은 앞에서 본 사업 모델뿐이다.
그래서 이 숫자를 어떻게 쓰나
쓸 수 있는 곳
- 같은 축 안에서 견주기 — AI·인프라 회사끼리, 소비재 회사끼리
- 같은 회사의 해마다 변화 — 사람은 늘었는데 1인당 매출이 그대로면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만하다
쓰면 안 되는 곳
- 산업을 건너뛴 줄 세우기
- "1인당 매출이 크니 연봉도 높겠지" — 다루는 돈이 큰 것과 남는 돈이 큰 것은 다르다. 총액으로 매출을 잡는 회사일수록 이 오해가 크다
한 줄로
1인당 매출은 회사의 능력이 아니라 회사가 무엇을 파는지를 보여 준다. 이 숫자로 회사를 줄 세우고 싶다면, 줄부터 나눠야 한다.